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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past님과 4개 메신저를 넘나드는 채팅 중 문득 이상적인 카메라 조합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여러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는 아래의 요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 외관 : 최근 나오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나, DSLR의 디자인은 선호하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라이카 M 등의 레인지파인더 디자인, 혹은 콘탁스 aria라이카 R6 같은 조금 소형의 SLR 카메라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것이 최 우선 순위이다. 무엇보다 예뻐야 한다. 사이즈는 무조건 작아야 한다. 라이카 M 정도의 사이즈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보다 조금 더 작으면 너무 장난감 같고(라이카 CL), 더 크면 좀 둔해보인다(콘탁스 G). 이런 의미에서 니콘 S 역시 마음에 든다.
  • 판형 : 35미리(혹은 풀 프레임)을 좋아하는데, 사실 중형도 늘 궁금해 하고 있다. 롤라이플렉스로 찍은 사진을 보면 괜히 검색을 하게 되지만, 늘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위에 적은 외관 때문일 것이다. 롤라이플렉스의 긴 카메라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내가 원하는 폼 팩터에 비하면 조금 크다. 핫셀블라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35미리 이하의 포맷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뭐랄까, 결국 특별히 차이가 없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지만 괜히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 무게 : 무게도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메고 다니는 데 최대한 덜 걸리적거려야한다. 수년 전 오사카로 5d mk2와 35미리 렌즈를 메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며칠 지나니 사진이고 뭐고 길바닥에 버려두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빌린 카메라라 그럴 수는 없었지만, 그 이후 뛰어난 이미지 품질에도 불구하고 캐논 DSLR을 살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 렌즈 : 대부분은 렌즈 교환식이기 때문에 렌즈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렌즈의 디자인을 너무도 중요하게 여긴다. 길이랄지, 렌즈에 찍힌 거리계나 조리개 숫자의 폰트, 그리고 코팅의 색깔 등은 내가 찍는 사진과 전혀 무관하지만 매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렌즈는 라이카의 35미리 즈미룩스이다. 난 지금은 구형 35미리 즈미크론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너무 짧고 작다. 400만원에 육박하는 렌즈를 구매할 자신이 없어 선택한 대안이라 더욱 미워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콘탁스의 플라나 50미리 렌즈, 혹은 소니 용으로 나온 같은 자이즈 계인 록시아 렌즈군 역시 매우 좋아한다.
  • 작례 :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에 남이 찍은 결과물에 크게 좌우되는 편이다. 누군가 좋은 사진을 특정한 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카메라에 꽂히게 된다. 세바스티앙 살가도가 라이카 R로 대부분의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고 R5와 즈미크론 50미리를 구해 들고 다녔다. 결과물이 같을 리는 없지만, 그 작례들은 이 카메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퍼포먼스를 암시한다고 해야 할까. ‘아, 이 정도는 해낼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구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여튼 카메라 구입 전에 플리커 (최근엔 인스타그램) 에 렌즈와 카메라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일이 된다.

나에겐 현재 라이카 typ 240과 sony의 a7이 있다. 거의 같은 결과물을 내는 두 가지의 카메라를 (그것도 비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기에 하나는 처분할 생각이다. 아마도 typ 240을 처분하고 소니 카메라로 라이카 렌즈들을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나의 typ 240은 런던에서 구매한 물건으로, 구매 당시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점원의 적극적인 판촉 활동에 넘어가 얼떨결에 결제를 한 엄청난 충동 구매 물품이다.

사실 디지털 레인지파인더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좀 있었는데, 막상 구매하고 나니 이전에 가지고 있던 sony a7보다 그다지 결과물도 나을 것이 없고, 무엇보다 순 매뉴얼이라는 것이 너무도 불편했다. 가끔 찍는 카메라라면 납득이 가겠지만, 이 카메라 한대로 모든 촬영을 한다는 것은 무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쓸데없이 비싸다.

하지만 라이카 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허영의 만족은 포기할 수 없기에, 아마도 노출계마저 없이 단촐한 라이카 M4 정도를 들여 눈요기를 하려 한다. 그러니 결국은 카메라를 또 사겠다는 이야기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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