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KBS 파업이 곧 있으면 두 달째로 접어든다. 지난한 싸움이다. 정치적인 대의가 있는 숭고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월급이 끊긴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고달픔도 있다. 자리를 꿰어차고 있는 사장들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시민의 시선에도 지난 9년간의 피로감이 묻어난다.
제대로 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업무에서 밀려났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사프로그램 PD는 갑자기 스케이트 장으로, 사회 문제를 파헤치던 기자는 심의실로 가야 했다. 아나운서는 마이크를 단 1초도 잡을 수 없었다.
“인생 자체가 완전히 뒤틀려버렸다”
라고 이야기했다. 누가 이들을 업무에서 밀어냈을까.
최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1097회에서는 이 모든 것의 ‘몸통’을 추적해 들어간다. 그들은 참으로 치졸하고 유치하게, 동시에 아주 치밀하게 반대 세력을 제거해 나갔다. 수족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돈과 권력을 주고, 그들을 이용해 귀찮은 녀석들의 입을 노골적으로 막아버렸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싶지만, 세상에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렇게 권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얻어맞고, 다른 편에서는 득세하는 모습을 보고난 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게 되었고, 결국 이 어이없는 흐름은 가속화되었다.
MBC와 KBS가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졸속 합의로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날도, 4대강에 녹조가 가득 낀 날도, 현직 대통령의 불법 사찰에 대한 증거가 드러난 날도, 그들은 비오는 날일수록 소시지 빵이 잘 팔린다느니, 도다리 쑥국이 어쨌다느니 하는 시덥지않은 뉴스만을 반복하며 그 모든 것들을 없던 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덕분에 권력은 더욱더 뻔뻔해졌다.
시민들도 언론을 외면했다. 그깟 티브이 안보면 그만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진도 앞바다에 배가 하나 가라앉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물에 빠졌다. 물에 빠져서 죽어가고 있는데 언론은 “전원 구조”라느니 “사상 최대 물량 투입” 이라느니 사람들의 눈을 가리려고 노력했다. 속이 타는 부모들은 직접 배를 빌려 아무도 없는 바다를 찍으며 울부짖었다. 보도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깟 티브이를 안보게 되니 사람들이 알게 될 길은 점점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권력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
“망가져버린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이 아니다. 바로 예은이 아빠인 나다.”
지지 연단에 서서 울부짖은 아이 아빠가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자식을 바다에 묻은 부모의 마음이야 헤아릴 수 조차 없는 것일테지만, 피해자는 그들만은 아닐 것이다. 억울하게 스케이트장으로 밀려난 PD와 물을 잘못 틀어서 마이크를 빼앗긴 기자 역시 피해자이다. 당장 월급이 끊겨 힘들어진 가구의 구성원들도 피해자들이며 심지어는 파업으로 결방된 무한도전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 역시 사소한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는 이렇게 많은데 아직도 가해자는 없다.
아니,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아직 알지 못한다.